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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생애주기와 사회복지 12가지 이야기 (첫번째, 요람에서 무덤까지) 덧글 0 | 조회 1,193 | 2019-02-13 00:00:00
인애가족상담센터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성결대학교 현인순겸임교수 ]

몇 년 전 서울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났다. 30대 손자와 60대 엄마가 애완견 한 마리씩 안고 탈출 했고, 90세의 외할머니는 출동한 경찰이 구출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집 손자와 엄마는 조선시대 같았으면 중형을 받았을 것이고 80년대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았겠지만, 당시 일시적인 비난여론이 있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 사건은 사람의 가치가 동물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반려동물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위상도 그 만큼 올라간다. 인간보다 못한 동물에서 인간의 사랑을 받는 애완동물로, 그리고 어느새 인간과등등한 위치에서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로 격상되는 것이다.

지금은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쓰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려동물들은 가족처럼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고, 특히 독거노인과 같은 홀로 사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이며, 가족의 응집을 도와주는 매개체의역할을 충분히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반려동물들은 사람 못지않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대체로 반려동물의 미용이나 의료비용은 사람보다 더 비싼 편이며, 이들을 위한 카페와호텔,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해마다 10만마리의 개나 고양이들이 버림받거나 학대받고 있는 현실에서 동물의 권리 또는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동물도 안락하게 살 권리가 있으므로 학대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확산되었고 일부국가에서는 동물복지가 실천되고 있다.

스웨덴은 사람복지의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에서도 선진국이다. 스웨덴은 반려동물등록제를 마련하여 정부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주인들이 지켜야 할 사항들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 주인들이 지켜야 할 사항 중 대표적인 것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반려견이 있는 실내공간의 공기에 암모니아가 10ppm 이하만 있어야 한다. ▲실내에서는 묶여서는 안 되며 실외의 경우 하루 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 ▲새끼 강아지와 어미 개는 출생 8주 이내에는 떨어져 있을 수 없다. ▲6시간에 한 번씩은 걸어야 한다. ▲ 실내의 경우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실내 온도는 10도에서 21도 사이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보면 스웨덴 개들의 팔자는 상팔자인 것 같다. 정말 부러운 것은 스웨덴 사람들이다. 개가 저 정도의 복지를 누리는데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복지는 시기상조라고 여기는 것이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한 나라의 인권현실을 알려면 감옥에 가보라’는 유명한 격언처럼 동물복지는 한 나라의 복지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우리도 반려견 1000만 마리 시대를 맞이하여 동물복지에 대한 담론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동물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에 우리나라 전반의 복지수준을 더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이는 사회복지 수준이 향상되면 당연히 반려동물의 복지도 나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동물을 학대해 죽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수위를 높이고,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올해 안에 마련한다고 한다(조선일보,2019. 1. 2). 정부의 위 정책에 대한 사회복지사로서의 느낌은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는 비현실감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유기되고 학대받는 아이들, 가정과 사회의 폭력에 희생되는 여자들, 가난하고 소외된 노인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동물복지를 추진한다면, 아마도‘사람보다 동물이 먼저냐’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국민투데이(http://www.kukmini.com)